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큰맘 먹고 구글 서치콘솔에 내 블로그를 등록한 당신. 축하의 말과 함께 작은 경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처음 서치콘솔 대시보드를 열어본 순간, 수많은 그래프와 알 수 없는 용어들의 향연에 '내가 이걸 어떻게 다 분석하지?'라며 압도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총 클릭수, 총 노출수, CTR, 순위, 색인, 범위, 코어 웹 바이탈... 마치 대학 전공 서적을 처음 펼쳐본 기분이죠.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그랬습니다. 블로그 초창기, 저는 매일 서치콘솔에 들어가 클릭수가 1이라도 올랐는지, 노출수가 늘었는지에만 집착했습니다. 무려 두 달 동안이나요. 하지만 방문자 수는 제자리걸음이었고, 저는 완전히 잘못된 곳에 에너지를 쏟고 있었습니다. 블로그 성장의 열쇠는 그 숫자들 너머에 숨어있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오늘, 과거의 저처럼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지 모를 초보 블로거분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구글 서치콘솔의 수십 가지 기능 중, 블로그 성장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당신이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것은 딱 3가지뿐입니다. 제가 두 달을 헤매고 나서야 깨달은 이 3가지 핵심 지표만 제대로 파악해도, 당신은 다른 초보들보다 훨씬 앞선 출발선에 서게 될 겁니다.
첫 번째 지표: '페이지' 보고서 - 내 블로그의 건강검진 결과표
방문자 수나 검색 순위를 확인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블로그가 구글이라는 세상에 제대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병원에 가도 혈액 검사나 엑스레이부터 찍는 것과 같은 이치죠. 구글 서치콘솔의 '페이지' 보고서(왼쪽 메뉴 '색인 생성' > '페이지')가 바로 내 블로그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건강검진 결과표입니다.
왜 이것부터 봐야 할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가게 문이 닫혀 있으면 손님이 들어올 수 없겠죠? '페이지' 보고서는 내 블로그의 글들이 구글 검색엔진에 얼마나 잘 등록되어 있는지, 즉 가게 문이 얼마나 잘 열려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구글이 내 글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면, 방문자 수, 클릭수 같은 다른 모든 데이터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보고서에 들어가면 '색인 생성됨'과 '색인 생성되지 않음'이라는 두 항목이 보일 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것은 단 하나입니다.
(내가 발행한 총 포스팅 수) ≈ (색인 생성됨 페이지 수)
이 두 숫자가 거의 일치해야 합니다. 만약 내가 쓴 글은 20개인데, '색인 생성됨' 숫자가 5개라면, 나머지 15개의 글은 구글에게 '없는 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의미합니다.
'색인 생성되지 않음'이 많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색인 생성되지 않음' 숫자가 너무 높다면, 그 이유를 클릭해서 확인해보세요. 아마 '발견됨 - 현재 색인이 생성되지 않음' 또는 '크롤링됨 - 현재 색인이 생성되지 않음' 같은 이유가 대부분일 겁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이건 구글이 "네 글을 보긴 했는데, 아직 우리 도서관(검색 데이터베이스)에 꽂아놓지는 않았어"라는 뜻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포스팅을 발행할 때마다 해당 글의 주소(URL)를 복사해서, 서치콘솔 상단의 URL 검사 창에 넣고 '색인 생성 요청'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행동이 내 글을 유령 상태에서 구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 이제 내 가게의 모든 상품이 진열장에 잘 놓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손님들이 이 상품들을 어떻게 찾아오고, 또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봐야겠죠? 그 비밀이 두 번째 지표에 숨어있습니다.
두 번째 지표: '실적' 보고서의 '검색어' - 방문자가 남기고 간 보물지도
내 블로그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면, 이제 사람들이 어떤 길을 통해 내 블로그로 들어오는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실적' 보고서 하단에 있는 '검색어(Queries)' 탭은 방문자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소중한 '보물지도'와 같습니다.
왜 '검색어'가 그토록 중요할까?
무엇을 찾아야 할까?
검색어 목록을 위에서부터 훑어보세요. 아마 내가 의도했던 핵심 키워드 외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길고 구체적인 검색어들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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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저는 '캠핑 의자 추천'이라는 글을 썼는데, 검색어 목록에 '혼자 쓰기 좋은 가벼운 캠핑 의자'라는 키워드가 찍혀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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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발견: 바로 이것이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정보이자, 저의 다음 포스팅 주제가 됩니다. 저는 즉시 '솔로 캠핑을 위한 초경량 의자 BEST 5 (내돈내산)'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고, 이 글은 블로그의 최고 인기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내 생각'이 아닌 '데이터'로 글쓰기
'검색어'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 '감'에 의존해 글감을 쥐어짜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수요가 확인된, 즉 '정답'에 가까운 주제로 글을 쓰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초보 블로거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똑똑하게 성장하는 방법입니다.
이제 내 블로그가 건강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은, 그렇게 찾아온 손님들이 내 블로그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지, 즉 '고객 만족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지표: '경험' 보고서의 '코어 웹 바이탈' - 방문자를 위한 배려 점수
'코어 웹 바이탈(Core Web Vitals)'...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오나요? 괜찮습니다. 용어는 잊어버리세요. 이건 그냥 "내 블로그, 방문자가 사용하기에 쾌적한가?"에 대한 구글의 점수라고 생각하면 아주 쉽습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 있어도, 페이지가 5초 넘게 로딩되거나 버튼이 제대로 눌리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바로 뒤로가기를 누를 테니까요.
왜 이게 초보에게 중요할까?
구글은 '사용자 경험'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방문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사이트는 절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특히 블로그스팟처럼 커스터마이징이 제한적인 플랫폼에서는 기본적인 속도 관리가 더욱 중요하죠. 코어 웹 바이탈 보고서에서 '느린 URL' 또는 '개선이 필요한 URL'이 많다는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방문자들을 쫓아내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확인하고 개선해야 할까?
보고서를 열었을 때, 대부분의 URL이 '양호' 녹색불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개선이 필요함' 주황불이나 '나쁨' 빨간불이 보인다면 간단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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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원인: 용량이 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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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를 위한 해결책: 포스팅에 사진을 올리기 전에, 'tinypng' 같은 무료 이미지 압축 사이트에서 용량을 한 번 줄여서 올리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것만으로도 페이지 로딩 속도가 눈에 띄게 개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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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팁: 블로그 꾸민다고 너무 많은 위젯(가젯)을 사이드바에 설치하는 것은 속도를 저하하는 주범입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3가지 지표로 똑똑하게 시작하기
구글 서치콘솔은 복잡한 도구가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능을 한 번에 다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본 이 3가지 지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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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보고서: 내 글이 구글에 잘 등록되었는지 '건강'을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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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목록: 방문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방향'을 설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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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보고서 (코어 웹 바이탈): 방문자들이 불편함은 없는지 '환경'을 점검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길을 잃지 않고 블로그를 성장시킬 수 있는 든든한 나침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데이터의 홍수 앞에서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마세요. 오늘 배운 3가지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는 겁니다.
혹시 보고서를 보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댓글로 물어봐 주세요. 저 역시 여러분과 같은 길을 걸어온 블로거로서, 기꺼이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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